2010년 6월 8일 화요일

아버지의 지리산종주

아버지, 즉 HO의 할아버지는 1942년생이시니 69세이시다. 아버지가 지난 주말 1박2일 지리산종주를 하고 돌아오셨다. 안부전화를 드리며 힘드시지는 않으셨냐고 여쭸더니 힘드셨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힘드시다면 정말 힘든 것이다. 깜짝 놀라 아버지의 블로그를 방문해 보았더니, 이런... 안나푸르나에서의 강행군과 비슷한 악조건 강행이 아닌가.

내가 무대뽀 정신이 있다면 아버지를 닮은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그점이 또 당신의 아버지를 닮으신 것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뭔가를 해낸다면 많은 부분 핏줄의 힘일 것이다. 突貫의 정신이라고나 할까... 아버지, 언제까지나 화이팅입니다.




지리산 종주기

지리산을 종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을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다니면서 동료들과 어울려 산행을 하다보니 이곳 저곳 등산을 했다. 그리하여 국내 산 이름들은 잘 모르지만 거의 다 다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설악산 대청봉, 한라산, 지리산 천왕봉 일출도 회사시절 다녀 봤고 회사퇴직 후에는 백두산, 그리고 히말리아의 안나프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종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주라는 것을 해본일이 없어 얼마 전부터 이번 지리산 종주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년 보스톤 마라톤을 다녀온 친구들이 일박으로 지리산 종주를 하자고 하여 따라가겠다고 했다. 마음속으로는 그 친구들과 같이 산행한다는 것이 나이 때문에 걱정되기도 했다.

종주 계획을 6월 4일 전세차를 이용하여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화엄사에서 5일 새벽에 출발하여 세석산장에서 하루 숙박하고 6일 아침에 천왕봉에 등산하고 대원사로 하산하여 저녁에 서울로 오는 것이었다. 국립공원 홈페지에는 보통 종주는 화엄사에서 노고단-연하천-벽소령-장터목-천왕봉을지나 대원사방향으로하산하는코스 를 말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른 후 천왕봉을 지나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2박3일로 일정을 잡을 경우 1박은 벽소령대피소나 연하천대피소에서, 2박은장터목대피소에서한후천왕봉일출을보고하산하는것이가장일반적이라고 했다.

종주산행 출발하기 전 산행인원이 예상 박으로 적어 전세차를 취소하고 남원 행 밤 10시 20분 우등고속 차표를 예매했으니 그 곳으로 와서 남원에 가면 그곳에 다시 밴차를 이용하여 지리산 화엄사까지 가기로 했다고 했다. . 세석산장에는 예약이 안 되긴 했지만 전례를 보면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속으로는 불안하긴 했지만 10시20분차를 타면서 종주산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남원에서 2시경에 식사를 간단히 하고 산행용 간식 등을 구입하고 화엄사 앞에서 3시반경에 출발했다.
한밤중이라 전등 없이는 한 걸음도 뛸 수 없는 깜깜한 밤중에 나는 헤드 란텐을 이용하여 열심이 올라갔다. 힘이 들어있지만 젊은 친구들 따라 열심이 올라갔다. 보통 3시간코스라는 것을 우리일행은 2시간 반에 올라갔다.

종주계획이 빡빡하여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일정한 속도로 세석산장을 행해 올라갔다. 점심식사는 연화산장에서하기로 했다. 가면서 젊은 친구들에게 부담 줄 것 같아 먼저들 올라가라며 뒤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만 잠시 쉬었고 그 외는 쉬지 않고 걸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12시경이 되었다. 그곳에서 점심을 라면과 햇반으로 간단히 때우고 다시 출발했다.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6시 30분이 되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산장숙박예약이 안되어 하산하라는 것이었다. 사정을 해보아도 안 된다고 판단한 우리일행은 거림 대피소로 하산하기로 했다. 나는 이번 종주를 못하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여 비상시에 야영이라도 할 마음으로 기능성 내의를 준비하고 있었고 다행히 나는 경로우대로 그곳에 숙박 예약이 없이도 쉴 수 있게 배려해주겠다고 했다. 일행이 함께 산행할 수 없다는 미안함과 나 혼자 떨어져 남으니 식사준비가 전연 안 되었기에 준비한 비상식량에 의지하고 남기로 했다.

같이 간 일행이 미안해하며 반찬을 나에게 나누어주며 아침 식사를 옆 산행 팀에게 신세를 지란다. 남감 했지만 걱정하지 말라며 그들을 보내고 혼자남아 넓은 마루 바닥에 잠자리를 배정받았다. 9시에 소등을 되었다. 배정받은 담요 한장을 가지고 내가 준비한 간이 매트로 잠자리위에 누었다니 그곳에서 일하는 분이 나에게 추워 보인다며 담요를 한 장 덤으로 덮어주셨다.

옆 사람들이 피곤해서인지 곧 잠에 떨어졌으나 코고는 소리에 잠이 잘 들지를 않았다. 누군가 나를 깨웠다. 자기가 그곳에 잠자리를 배정받았다고 했다. 소등 전에 벽 옆에 배정받은 내 자리 바로 옆이 비어있어 조금 옆으로 가서 누운 것이 그 사람이 방금 배정받은 자리라고 했다. 그때가 11시가 조금 넘었다.

잠이 깨여 잠시 일어나 옆을 둘러보니 마루 바닥에 숙박 예약을 하고 온 사람들은 자리를 배정받아 일자로 자고 있었는데 배정 없이 야영을 온 사람은 박에 겨울용 침랑에 누워 밤을 새우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도 여의치 못한 사람은 그냥 방으로 들어와 옹크리고 자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발 끝에서 담요도 없이 웅크리고 자는 사람의 모습이 춥게 보여 나에게 덤으로 주었던 담요를 걷어서 그에게 덮어줬다. 그도 말은 안했어도 고맙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날 저녁에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고 그 곳 산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방법을 물었더니 천왕봉에서는 불가능하고 촛대바위에서는 할 수 있다고 하면서 3시반경에 가야한다고 했다. 아쉬워하면서 어떻게 하면 될까 궁리하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열심이 배낭을 꾸리고 있기에 일출을 보려고 그러느냐했더니 그렇다고 하면서 2시에 출발하겠다고 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가라고 밤 1시에 배낭을 꾸려 2시에 출발했다.

새벽 하늘은 캄캄했고 그곳에는 곰들도 출몰한다기에 겁도 났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기에 한발 한발 옮기는데도 힘들긴 했지만 기분은 즐거웠다. 깜깜한 하늘에 구름사이로 보이는 반달의 하현달의 달 모양도 나의 마음을 설래이게 했다. 좁은 돌계단과 비탈길을 몇 차례 넘으면서 허기도 지고 힘도 들었다.

천왕봉(해발1915메터)에 도착했더니 일출이 1시간정도 남았을 것이라고 하여 기다리고 있었는데 40분이 지나니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붉게 타오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나는 그 순간들을 더 사진기에 담으려고 했으나 모두 나와 같은 마음으로 그들도 열심이 사진기 샷타를 눌러댔기에 잘 찍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이 눌러댔다..

일출사진 그리고 그 근처에서 일행도 없이 혼자서 기념사진 등을 촬영하고 5시 30분에 혼자서 대원사로 가는 표지판을 찾아 그곳으로 갔다. 일행과 헤어졌기에 식사준비도 여의치 못하여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간 빵들로 때우고 올라왔으니 힘들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제 숙소가 해결된 것처럼 오늘식사도 어떻게 해결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잠시 뒤에서 오는 젊은 친구들이 마라톤이야기를 하기에 나도 작년에 보스톤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마라톤이야기, 산행이야기, 해외봉사 이야기를 이야기하면서 나는 오늘 일행일 잃어버리고 혼자 산행한다고 했더니 식사는 어떻게 했냐고 하기에 내려가 식사를 해결할 예저이라고 했다.

마침 치발목 대피소(천왕봉으로부터 4키로 해발 1425미터)에 도착했더니 그들이 반기며 같이 식사하자고 하여 감사하다며 같이 식사를 햇다. 나도 미안해 소주 한 병을 내놓으면서 감사하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어 그들의 식사장면을 사진기에 담았다. 세상은 마음이 좋은 사람들이 많고 특히 산사람들은 의리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하산을 하는 입장이기에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썼다. 외길이기에 다른 곳으로 갈 걱정은 없으나 계곡냇가를 길로 하기에 비가 와서인지 군데군데 길이 없어 잘못가는 것은 아닌가? 물어 보려고 해도 일요일 오전은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적어서인지 만나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곰 출몰지역이란 안전게시판이 신경 쓰였다. 휴대용 전화기도 불통지역이라는 생각에 빳데리를 아끼려고 꺼 놓고 나 혼자 쉬지 않고 내려왔다.

대원사 유평 휴게소에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그곳에는 먼저 도착한 산행 손님들이 산행을 마치고 점심 식사 중이었다. 그곳 종업원에게 서울을 갈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3키로 정도 가면 시외버스 정거장에서 진주로 가서 다시 서울로 가면 된다고 했다. 내려가면서 손을 들어 가는 차를 세워 시외주차장근처까지 같이 타고 갈수 없느냐고 했더니 바로 이곳 대원사까지 간다기에 타고 바로 대원사 앞에서 내려 그 사찰을 잠시 들러보고 나와서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다시 걸어오다가 서울 가는 차를 빨리 타야겠다는 생각에 봉고차 기사에게 시외 버스 주차장까지만 타자고 했더니 자기는 부산에서 왔는데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곳까지 고맙게 데려다 주었다. 주차장에는 진주행 버스가 13시 30분출발이란 표지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근처 식당에서 운전기사로 보이는 분에게 진주 가는 차가 몇 시에 출발하느냐고 했더니 1시 반에 출발한다고 했다. 조금은 여유시간이 있기에 그 식당주인에게 식사를 주문했더니 서울에 갈려면 진주에서 갈아타야 되는데 원하면 예매를 해주겠다고 해서 친절하게 물어보기에 그렇게 했다.

진주로 오면서 기사가 서울로 가는 차를 이곳에서 탈 수 있다며 내리라고 하여 내려서 오후 2시 30분경에 서울 행 버스를 탔다. 차를 타고 나니 힘들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이내 잠에 골아 떨어졌다가 깨어보니 서울 강남 터미널이었다.

이렇게 보통 2박 3일로 하는 지리산 종주산행을 오후 늦게 출발하여 일박으로 지리산 종주를 마쳤으나 같이 갔던 일행은 제대로 종주를 못하고 나 혼자만 마친 것이 아쉽다. 그래도 내 자신이 계획했던 지리산 종주를 마치게 되어 힘은 아주 많이 들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지리산 종주는 내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 2010년 6월 7일 HO's grand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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