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7일 월요일

The History of Republic of Korea / 대한민국史

온고지신(溫古而知新)이라 했던가. 공자는 논어에서 "옛 것을 배워야 새 것을 안다"라 말한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라고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국사와 세계사를 배우던 중고교시절에 나는 그 과목들이 그리 싫을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인문계열에 대한 이유없는 기피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이공계인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문학, 현대문학등은 좋아했었는데도 말이다. 지금의 학생들을 어떤지 모르겠다. 나의 학창시절의 역사수업은 말 그대로 암기 과목이었다. 갑오경장 1894년, 을사조약 1905년, 제 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등... 역사의 주요 사실에 대한 What, When, Who, Where, How 이 다섯가지사항의 암기의 반복. 문제는 Why가 없었다는 것.

역사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역사를 살아나가는 사람에 대해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과,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말의 의미 - 역사가 진행되는, 사람이 움직이는, 힘과 균형이 유지되고 파괴되는 그러한 원칙과 개념, 경향. 즉 fact라기보다는 meta-fact가 중요하다는 것 - 이 두가지만 배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역사 교과서가 어느정도 왜곡되었거나,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편집되었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은 살아나가면서 고쳐서 배워나가면 되니까.

역사는 되풀이된다. 왜냐하면 역사의 구성원들은 사람이고, 사람의 근원적인 사고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니까. 좋고 편한것을 희망하며, 권력을 탐한다. 세력을 이루고 확장시키려하며, 소중한 것을 지키려한다. 여럿이 있으면 서열이 매겨지며, 셋이 되면 가장 경쟁이 심화된다. 압도적이라면 무력으로 해결하되, 무력으로 인해 도리어 손해가 나게 되면 무력을 기피하지 않기도 한다. 다수를 이루면 힘이 생기나, 무지해지기도 하여 쉽게 선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 선동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자연의 섭리이든, 인간 사회의 어떠한 법칙이든, 그것이 단순 명쾌한 하나의 형태일지 아니면 매우 복잡한 형태일지 모르지만, 근본을 이루는 법칙이 있음에 추호도 의심이 없다. 배움이란 그에 대한 엿보기이며, 삶이란 그를 나름대로 펼쳐 보이는 것이리라.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면 학생들의 삶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1980년대. 한 반에 급우가 70명이던 시절. 학교앞 한강너머로부터 최루탄 연기가 흘러들어오던 시절. 왜 단순주입식 역사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은 시대적 흐름에 의해 어쩔수가 없었던 것일까?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티 안나게 학생들에게 역사란 어떤것이다라고 이야기해줄 그런 선생은 없었던 것일까?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史". 세계의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핏물로 쓰여진 대한민국 근대사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마련이고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에게나 보편 타당하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불온서적으로 찍힐만도 한, 속칭 "좌빨" 이야기들. 그러나 이 책에는 왜 역사가 이렇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한 史家의 이야기가 잘 녹아 있다. 학교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대학에 와서야 큰 관심 없이 귀너머로 듣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역사이면서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듣기 전과 듣고 난 이후가 같지가 않다.
  1. 옛 것을 배우면 새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옛 것만을 배우기에는 구닥다리라서 쉽게 다가가지가 않는다. 사료도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2. 허나, 근대사는 역사이면서도 지금의 이야기다. 근대사를 알아 현대에 투영해볼 필요가 있다.
  3. 절실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역사를 선택하여야 한다. '인간의 역사'라는 점에서 로마사, 중국사 등도 바라볼 수 있겠으나, 많은 경우 '나의 역사', '우리의 역사'가 쉽게 다가온다.


Bloody history of Republic of Korea. How much should I be proud of our nation?

I've become a different man after reading this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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